서류는 통과했는데 발표장에서 "그쪽이랑 비슷한 데 많은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식은땀이 납니다. 당황한 대표님들은 대부분 이렇게 대응하죠. "저희는 기능이 더 많고요, 가격도 저렴하고요, 기술도 더 고도화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심사위원은 설득되지 않습니다. 경쟁사도 똑같이 "우리가 더 낫다"고 말하거든요.
여기서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 낫다(Better)"가 아니라 "다르다(Different)"를 보여줘야 합니다. 남들보다 잘한다고 증명하려 하지 말고, "이 시장에서 우리만 있는 자리"를 보여주는 거예요. 이게 바로 포지셔닝입니다. 그리고 이건 정부지원사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브랜딩의 핵심이기도 하죠.
지난 정부지원사업도 브랜딩이다 EP.1에서 "3초 안에 끌리는 한 줄"을 다뤘다면, 오늘은 그다음 단계인 포지셔닝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10년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온 브랜딩 에이전시 디블러가 정리했습니다.
STEP 1. 포지셔닝, 이것만 알면 됩니다
포지셔닝이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고객 머릿속에 우리가 어떤 존재로 자리 잡는가" 입니다. 흔히 하는 착각이 있어요. "우리는 가격도 좋고, 품질도 좋고, 서비스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차별화가 된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건 포지셔닝이 아닙니다. "다 잘해요"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랑 같은 말이에요. 성공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로 기억된다 는 겁니다.
토스를 떠올려보세요. 금융 앱이 얼마나 많나요? 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각 은행 앱들까지. 그런데 토스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쉬운 금융"이죠. 복잡한 금융을 누구나 쉽게. 이 한 가지가 명확하니까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겁니다.
당근은 어떨까요? 중고거래 앱이야 번개장터도 있고 중고나라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근은 "동네"라는 키워드를 선점했죠. 중고거래 앱이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든 거예요.
마케팅 전략가 알 리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 좋은 것이 되려 하지 말고, 다른 영역의 첫 번째가 되어라." 정부지원사업 PT도 마찬가지예요. 심사위원 머릿속에 "아, 이건 이런 사업이구나"가 선명하게 그려져야 합니다.
STEP 2. 전체를 노리지 말고 '1번 핀'만 쓰러뜨리세요
우리만의 자리는 어떻게 찾을까요?
제프리 무어의 책 "캐즘 마케팅"에 '볼링핀 전략'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볼링 칠 때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어떻게 하나요? 10개 핀을 다 맞추려고 던지면 오히려 공이 옆으로 빠집니다. 맨 앞의 1번 핀을 정확히 맞춰야 뒤에 있는 핀들까지 다 쓰러지죠. 정부지원사업 발표도 똑같습니다.
접근 방식
발표 멘트
심사위원 반응
전체 시장 공략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를 만들겠습니다"
"이미 카카오톡 있는데..."
1번 핀 공략
"동호회 총무를 위한 회비 정산 전용 메신저"
"오, 이건 구체적인데?"
심사위원에게 "전체 시장을 다 먹겠다"고 하면 허풍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작은 시장부터 확실히 잡고, 그 힘으로 넓히겠습니다"라고 하면? 전략적인 사업가로 보이죠. EP.1에서 예로 들었던 "수산시장 중도매인을 위한 경매 알림 앱"도 같은 원리입니다. 전체 수산업 시장이 아니라, "새벽 경매 시간을 놓쳐서 손해 보는 중도매인"이라는 아주 작은 1번 핀을 노린 거예요. 시장은 작지만, 그 안에서는 확실한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STEP 3. 빈 자리를 찾는 법: 포지셔닝 맵
1번 핀을 찾았다면, 그 안에서 우리만의 빈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포지셔닝 맵을 그리는 겁니다. 종이에 십자가(+)를 그리고, 가로축과 세로축에 기준을 넣어요. 그리고 경쟁사들을 배치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커피 시장이라면 이렇게 그릴 수 있어요.
브랜드
가격
공간 경험
포지션
스타벅스
고가
여유로운 공간
프리미엄 경험
메가커피
저가
빠른 테이크아웃
가성비 효율
???
저가
여유로운 공간
빈 자리
이렇게 정리하면 "저가 + 여유로운 공간"이라는 빈 자리가 보입니다. 핵심은 경쟁사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된다 는 겁니다. "우리가 더 낫다"고 싸우지 않고, 그냥 "저희는 여기 있습니다"를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되거든요.
정부지원사업 심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경쟁사 분석과 우리 위치를 보여주면 훨씬 설득력이 생깁니다. 심사위원이 "아, 이 시장에서 이 자리를 노리는 거구나" 하고 바로 이해하니까요.
STEP 4. 한 문장으로 선언하기
자리를 찾았으면 이제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브랜딩 전문가 마티 뉴마이어는 이걸 '온리니스(Onliness) 선언'이라고 부릅니다. 공식은 간단해요.
"우리는 [경쟁사들]과 달리, [타겟]을 위해 [차별점]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다."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는 타사보다 저렴하고 맛있는 비건 김치입니다"는 비교 우위일 뿐입니다. 반면 "우리는 기존 김치 회사들과 달리, 미국 시장에 맞춘 스낵형 김치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입니다"는 독자적 포지션이에요. 이렇게 정리되면 심사위원이 "비슷한 데 많은데요?"라고 물어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네, 김치 회사는 많지만 미국 현지화된 스낵형 김치는 저희가 유일합니다. 저희는 반찬 시장이 아니라 간식 시장을 노립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브랜딩도 결국 '자기 자리' 찾기입니다
이건 정부지원사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도 똑같은 질문을 해요. "비슷한 거 많은데 왜 여기서 사야 해?" 투자자도 똑같이 묻습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가요?"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찾는 싸움입니다. 디블러에서 브랜딩 작업을 할 때도 가장 먼저 하는 게 이 '자리 찾기'예요. 로고 디자인보다, 컬러 선정보다 먼저 "이 브랜드는 시장에서 어떤 자리를 잡을 건가?"를 고민하죠. 브랜딩의 전체 흐름이 궁금하시다면 토탈 브랜딩 5단계 프로세스를 참고해보세요.
디블러와 함께 작업한 브랜드들도 포지셔닝이 명확해지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좋은 제품인데 왜 안 팔리지?" 하던 분들이 "이 시장에서 우리 자리가 여기구나" 하고 선명해지니까, 마케팅 메시지도 달라지고, 고객 반응도 달라지고요. 정부지원사업 PT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지셔닝이 명확하면 심사위원이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바로 이해해요. 경쟁사보다 이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우리만의 자리가 보이니까요.
"비슷한 데 많은데요?" 이 질문에 "우리가 더 낫다"로 답하지 마세요.
"우리만 있는 자리"를 보여주세요. 포지셔닝을 찾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1번 핀을 노려라. 전체 시장 말고, 작지만 확실한 틈새부터 잡으세요.
둘째, 빈 자리를 찾아라. 포지셔닝 맵을 그려서 경쟁사가 없는 곳에 서세요.
셋째, 한 문장으로 선언하라. "우리는 ○○를 하는 유일한 회사다"라고 정의하세요.
그리고 이건 정부지원사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 투자자, 모든 비즈니스 소통에서 포지셔닝은 핵심이에요.
실천 과제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1번 핀 찾기: 우리 사업의 핵심 타겟을 최대한 좁혀보세요. "자영업자" 말고 "동네 반찬가게 사장님"처럼요.
포지셔닝 맵 그리기: 종이에 십자가를 그리고, X축과 Y축에 기준을 넣어보세요. 경쟁사 3~5개를 배치하고, 빈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보세요.
온리니스 선언 써보기: "우리는 [경쟁사들]과 달리, [타겟]을 위해 [차별점]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다." 이 문장을 완성해보세요.
이 과정이 혼자서는 막막할 수 있어요. 내 사업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거든요. 경쟁사는 잘 보이는데 정작 우리 자리는 안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블러는 "흐릿한 브랜드를 선명하게" 만드는 회사예요. 그 선명함의 핵심이 바로 포지셔닝이고요.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의 자리가 아직 흐릿하다면, 함께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FAQ
Q. 정부지원사업 PT에서 경쟁사 분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쟁사를 깎아내리지 말고 포지셔닝 맵으로 정리하세요. "우리가 더 낫다"가 아니라 "시장에서 우리 위치는 여기입니다"를 보여주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Q. 시장이 너무 작으면 정부지원사업 심사에서 불리하지 않나요?
시장 규모 자체보다 "왜 이 시장인지"에 대한 논리가 중요합니다. 작은 시장이라도 명확한 진입 전략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면 설득력이 생기고, 큰 시장이라도 근거 없이 "다 먹겠다"고 하면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어요.
Q. 포지셔닝과 차별화는 다른 건가요?
차별화는 "경쟁사보다 낫다"는 비교입니다. 포지셔닝은 "우리만의 자리를 잡는다"는 선점이에요. 비교 없이도 존재 이유가 명확한 게 포지셔닝입니다.
📌 다음 편 예고: "아이템도 좋고 자리도 잘 잡았는데... 이 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심사위원이 마지막으로 보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EP.3에서는 신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힘도 함께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