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일관성, 다른 얼굴로 같은 브랜드가 되는 법

Date
26.09.04
Keyword
일관성은 반복이 아니다

광고가 끝나기 전에, 회사 이름이 뜨기도 전에 어디 광고인지 알아챈 적 있으신가요. 로고가 나온 것도 아니고 익숙한 컬러가 깔린 것도 아닌데 그냥 알겠는 순간이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구글 첫 화면은 기념일마다 로고 자리가 통째로 바뀌어요. 오늘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여기가 구글이 아닌가 싶었던 적도 없죠. 바뀐 걸 눈치채지 못한 채 검색창에 무언가를 치고 나왔을 거예요.

우리는 브랜드가 일관되어야 한다고 배우고, 그래서 같은 모습을 반복해요. 그런데 두 경우 모두 표면은 우리가 아는 그 얼굴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같은 브랜드로 읽혔어요. 배운 것과 정반대인데도요.

보통은 컬러를 맞추고 폰트를 통일하고 톤을 흔들지 말라고 배우죠. 그러다 보니 브랜드 일관성을 지킨다는 건 같은 얼굴을 계속 반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가이드라인이라는 문서가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 그거잖아요. 어디서 보든 같아 보이게 만드는 것.
그런데 잘하는 브랜드들은 반복하지 않고도 기억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배운 그 일관성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따라가볼게요.

Chapter 1. 반복은 방법이지, 목적이 아니에요

접점이 수십 개로 쪼개진 지금, 반복만으로는 더 이상 구별되지 않아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칸 앞으로 가야 해요. 애초에 브랜딩은 무엇을 하려는 일이었을까요.

결국은 구별되게 인식되는 일 이에요.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우리를 우리로 알아보게 만드는 것.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다음 선택지에 오르지 못하니까요. 브랜딩의 모든 활동은 이 하나를 향해 있어요.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반복이었어요. 같은 로고를 같은 자리에 같은 컬러로 계속 보여주는 것. 사람은 여러 번 본 것을 기억하니까요. 이건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해요.

특히 예전에는 이 방법이 거의 완벽했어요. 접점이라고 해봐야 TV 광고와 신문, 매장 간판 정도였으니까요. 서너 개 자리에 같은 한 장을 붙이면 그걸로 충분했어요. 로고를 가진 회사 자체가 많지 않았고, 그 로고를 반복해서 볼 자리도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조건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누구나 로고를 만들어요. 창업 첫 주에 로고가 나오고 컬러 팔레트가 정해지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매일 콘텐츠를 쏟아내고요. 고객이 하루에 스쳐 지나가는 브랜드의 수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아요. 접점도 잘게 쪼개졌어요. 인스타그램 피드와 릴스, 유튜브와 쇼츠, 앱 화면, 푸시 알림, 뉴스레터, 매장, 패키지, 굿즈, 콜라보 제품까지 수십 개예요. 각 자리의 성격과 속도가 완전히 달라요. 3초 만에 지나가는 릴스 화면과 5분을 머무는 상세페이지에 같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죠.

구분예전지금
브랜드 접점TV, 신문, 간판 등 서너 개SNS, 앱, 알림, 팝업 등 수십 개
접점의 성격속도와 호흡이 비슷함자리마다 속도와 밀도가 다름
경쟁 브랜드 수로고를 가진 회사 자체가 적음창업 첫 주에 로고가 나옴
필요한 능력같은 얼굴을 반복하는 능력다른 얼굴로도 같은 브랜드가 되는 능력

이런 조건에서는 반복만으로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자리가 생겨요. 단순한 통일은 지루하고, 지루한 것은 기억되지 않으니까요. 구별되려고 반복했는데 오히려 스쳐 지나가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지금 시대가 브랜드에게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어요. 릴스에서는 릴스의 속도로, 상세페이지에서는 상세페이지의 호흡으로, 팝업에서는 그 공간의 밀도로 나타나면서도 그 전부가 하나로 읽혀야 해요.

그런데 이 요구는 모순처럼 들려요. 다르게 만들라면서 같게 인식되라니요. 매번 다른 얼굴이 어떻게 하나로 모일 수 있을까요.

Chapter 2. 브랜드 일관성은 반복이 아니라 정렬이에요

브랜드 일관성은 표면끼리 닮는 일이 아니라, 각 표면이 하나의 축에 꿰이는 일이에요.

이 모순을 정확히 짚은 문장이 있어요. 브랜드 전략가 마티 뉴마이어는 『브랜드 갭』에서 비즈니스도 브랜드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말하면서, "살아있는 브랜드의 기반은 일관성이 아니라 정렬(alignment)이다" 라고 정리했어요. 일관성이 아니라 정렬이라니, 얼핏 일관성을 버리라는 말처럼 들려요. 그런데 이 문장이 부정하는 건 일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니에요. 우리가 일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해온 일, 그러니까 표면을 똑같이 복사해온 습관이에요.

일관이라는 말을 뜯어보면 오히려 반대예요. 하나로 꿴다는 뜻이거든요. 여러 개를 하나의 축이 관통한다는 그림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꿰이는 것들이 서로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모양이 다 달라도 같은 축에 꿰여 있으면 하나로 묶여요. 축이 하나면 그게 일관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반복으로 번역해서 써왔어요. 축을 찾는 대신 표면을 복사한 거죠. 그러다 보니 브랜드 일관성을 지킨다는 게 같은 로고를 같은 자리에 계속 붙이는 일이 됐어요. 꿰는 일이었는데 붙이는 일이 된 거예요.
정렬은 그 원래 뜻을 정확히 옮긴 말이에요. 표면끼리 서로 맞추는 게 아니라, 각 표면을 중심에 맞추는 것. 인스타 피드와 상세페이지와 명함이 서로 닮았는지는 묻지 않아요. 셋 다 같은 중심에 꿰여 있는지를 물어요.

구분반복(표면 맞추기)정렬(중심에 꿰기)
기준 질문서로 닮았는가같은 축에서 나왔는가
가능한 얼굴 수하나맥락의 수만큼
확장할 때접점이 늘수록 흐려짐접점이 늘수록 선명해짐

이 차이가 앞의 모순을 풀어줘요. 표면끼리 맞추려고 하면 얼굴이 하나뿐이어야 해요. 그런데 각자 중심에 꿰이면 얼굴은 몇 개든 나올 수 있고, 그런데도 하나로 읽혀요. 접점마다 다르게 보이는데 같은 브랜드로 느껴지는 건 그 얼굴들이 서로 닮아서가 아니라 같은 축에 꿰여 있어서예요.

그러니 일관성을 버릴 필요는 없어요. 원래 뜻으로 돌려놓으면 돼요. 이렇게 보면 반복의 자리도 정해져요. 반복은 정렬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에요. 실제로 대부분의 접점에서는 같은 로고를 반복하고 같은 컬러를 지키는 게 중심에 닿는 가장 확실한 길이에요. 다만 어떤 접점에서는 표면을 바꿔야 그 중심에 닿기도 해요. 방법이 달라졌을 뿐 축은 그대로인 거죠.

문제가 되는 건 반복 자체가 아니라 축을 잃은 반복 이에요. 왜 이 컬러이고 왜 이 말투인지 모른 채 지키는 규칙은 지킬수록 브랜드를 흐리게 만들어요. 규칙은 남는데 그 규칙이 꿰고 있던 축이 사라지니까요. 반대로 축을 아는 반복은 지킬수록 선명해지고, 필요할 때 어디까지 벗어나도 되는지까지 알려줘요.

앞에서 이야기한 구글이 그래요. 매일 로고 자리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글이 바꾸는 건 딱 그 자리 하나예요. 검색창의 위치도, 화면의 구조도, 결과 페이지의 문법도 건드리지 않아요. 열어둔 자리와 고정한 자리가 명확히 나뉘어 있고 그 구분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한 자리를 매일 바꿔도 브랜드가 흐려지지 않는 거예요. 대부분을 고정했기 때문에 하나를 열 수 있었던 거죠.

전략이 없어도 브랜드처럼 보이던 시대는 끝났어요.

그럼 모든 변주가 돌아올 그 중심은 어디서 올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브랜드 전략(BS, Brand Strategy) 이에요. 전략이 먼저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맞는 말이지만 너무 자주 들어서 뻔하게 들리기도 하죠. 그래서 조금 다르게 말해볼게요. BS가 원래 중요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BS 없이 버틸 수 있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예요.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 궁금하시다면 단 3가지 질문으로 완성되는 브랜드 전략도 함께 보시면 좋아요.

예전엔 접점이 서너 개뿐이었다고 했죠. 그 몇 개에 로고 하나와 컬러 하나를 똑같이 박아 넣으면 브랜드처럼 보였어요. 전략이 흐릿해도 일관된 표면이 그 부족함을 가려줬죠. 그런데 접점이 수십 개로 쪼개진 지금은 사정이 달라요. 접점이 늘어난다는 건 표현할 자리가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매 접점마다 결정해야 할 것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에요.

이 인스타 피드는 어떤 톤으로 쓸지, 이 릴스는 어떤 리듬으로 편집할지, 이 푸시 알림의 말투는 어떨지, 이 콜라보 굿즈의 결은 어떨지, 이 뉴스레터의 첫 문장은 무엇일지. 매일, 매주, 매 접점에서 수십 개의 결정이 쏟아져요. 이 결정들이 같은 브랜드처럼 모이려면 모든 결정이 돌아올 하나의 기준이 필요해요. 그 기준이 없으면 결정은 전부 감으로 흘러가요. 담당자가 바뀌면 결정의 결이 바뀌고, 시즌이 바뀌면 톤이 바뀌고, 2년만 지나도 우리 브랜드가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게 돼요.

BS가 하는 일이 바로 이거예요. 수많은 의사결정이 돌아올 한 점을 만드는 일이요.

정렬은 표현을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변주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에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어요. 전략과 정렬하라는 말이 표현의 자유를 줄이는 것처럼 들려요. 전략이 엄격해지면 표현이 딱딱해지고 지루해진다고 생각하시죠. 실제로는 정반대예요. 중심과 정렬되어 있을 때만 자신 있게 변주할 수 있어요.

재즈를 떠올려보세요. 연주자는 매번 다르게 연주해요. 같은 곡이어도 오늘의 즉흥과 어제의 즉흥은 완전히 다르죠. 그런데 그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한 이유는 그 밑에 테마와 코드 진행이라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에요. 연주자들이 모두 같은 테마를 공유하니까 각자 다른 음을 내도 하나의 곡이 돼요.
약속 없이 각자 마음대로 연주하면 그건 재즈가 아니라 소음이고요.

브랜드도 똑같아요. BS가 명확하면 BI와 BX는 맥락에 맞게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어요. 인스타에선 친근한 말투, B2B 제안서에선 무게감 있는 톤, 오프라인 팝업에선 과감한 연출. 전부 다른데 전부 같은 브랜드로 느껴져요.

반대로 BS가 불분명한 브랜드는 오히려 한 가지 얼굴만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바꾸려고 시도하는 순간 이게 우리다운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안전하게 예전에 하던 걸 반복하게 되고, 결국 접점마다 똑같은 한 장을 박는 기계적 일관성에 갇혀요. 역설적이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정렬되지 않은 브랜드가 오히려 변주하지 못하고, 정렬된 브랜드가 자유롭게 변주해요.

BS에서 BI로, BI에서 BX로 내려가는 순서가 지켜져야 확장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여기까지 이해하면 나머지 두 층은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BI(Brand Identity)는 BS가 시각과 언어로 번역된 층이에요. 로고, 컬러, 타이포그래피, 키비주얼, 보이스앤톤. BS가 무엇을 말할지를 정한다면 BI는 어떤 얼굴과 목소리로 말할지를 정해요. BX(Brand Experience)는 그 얼굴과 목소리가 실제 고객과 만나는 모든 자리고요. 패키지, 매장, 앱, SNS, 뉴스레터, 고객 응대까지요.

BS가 재즈의 테마라면 BI는 악기의 음색이고 BX는 실제 연주예요. 테마가 있어야 음색이 정해지고, 음색이 정해져야 연주가 가능해요. 이 순서를 거꾸로 밟으면, 그러니까 BX부터 만들고 BI를 정하고 BS를 나중에 맞추면,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두 번째 확장 시점에서 무너져요. 새 접점이 열리고 새 결정이 필요해질 때 돌아갈 테마가 없으니까요.

디블러가 브랜드를 만들 때 거치는 순서도 이 구조를 따라요. 예쁜 로고를 먼저 그리지 않아요. 브랜드의 뿌리인 BS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 BI를 얹고, 다시 BX로 펼쳐가요. 이 순서가 지켜졌을 때만 접점이 수십 개로 늘어나도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아요.

브랜딩 전체 흐름은 토탈 브랜딩 5단계 프로세스에 더 자세히 정리해두었어요.

Chapter 3. 다양해 보이지만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

토스의 서로 다른 얼굴들은 전부 하나의 미션 문장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축이 하나면 얼굴은 몇 개든 나올 수 있다고 했죠. 그걸 실제로 하고 있는 브랜드를 하나 열어볼게요.
토스가 직접 밝힌 브랜드 미션은 이 한 문장이에요. "누구나 편리하고 평등하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지금부터 보여드릴 모든 얼굴이 이 문장에서 번역됐어요.

앱 화면을 열어보면 금융 용어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일상어를 쓰고, 한 화면에서 하나의 결정만 요구해요. 어려운 말을 밀어내고 결정을 단순하게 만든 건 UX 원칙 이전에 '편리하게'라는 단어의 번역이에요.

광고를 보면 금융 전문가가 설명하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친구가 옆에서 알려주는 톤이거나, 보통 사람의 진짜 고민이 주인공이죠. 광고는 앱과 완전히 다른 매체인데도 전문가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 주체가 된다는 같은 자리에서 나왔어요.
3D 로고는 각도와 빛에 따라 컬러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형태예요. 묵직한 세리프체와 금빛 톤으로 권위를 강조하는 기존 은행 로고의 정반대 편이죠. 이 유동성은 누구에게나 맞춰진다는 말의 시각화예요.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토스는 반복을 버린 브랜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토스는 TDS라는 자체 디자인 시스템을 두고 있어요. 버튼과 안내 문구 같은 요소를 컴포넌트로 정의해두고, 레고를 조립하듯 그 조각들로 화면을 만들어요. 화면이 수백 개로 늘어나도 같은 규칙 위에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 지독한 반복이 '편리하게'라는 약속에 닿는 방식이고요.

그러니까 토스는 반복할 자리와 바꿀 자리가 나뉘어 있는 브랜드예요. 다음 이야기도 규칙을 어긴 사례가 아니라, 매체가 달라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축에 닿은 사례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토스의 파란색도 로고도 없는 채널이 여전히 토스로 읽혀요.

머니그라피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어요. 토스가 2021년에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채널인데, 채널 어디에도 토스의 파란색이 없어요. 송금 기능 광고도 없고요. 대신 웹툰과 커피와 스니커즈와 대형마트 같은 소비를 기업의 재무제표로 풀어내고, 음악 산업을 인터뷰하고, 10대의 돈 이야기를 담아요. B주류경제학이나 머니 코드처럼 이름만 보면 토스와 상관없어 보이는 시리즈들이죠. 2026년 1월 기준 구독자 50만 명, 누적 조회수 1억 1,500만 회예요. 광고를 태운 성장이 아니라 자연 유입으로 만든 숫자고요.

금융 앱이 음악 인터뷰를 만든다니 얼핏 상관없어 보여요. 그런데 이것도 '평등하게'라는 단어의 확장이에요. 금융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미 익숙한 문화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니까요. 토스가 앱에서 금융 용어를 밀어내는 것과 머니그라피가 음악으로 금융을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매체에서 일어나는 같은 행동이에요.

464쪽짜리 책도 같은 축에서 나온 또 하나의 얼굴이에요.

『더 머니북』은 한 걸음 더 나가요. 2024년에 토스가 출간한 464쪽짜리 금융생활 안내서인데, 저축과 소비와 투자와 대출과 부동산과 세금과 보험과 연금이라는 여덟 영역을 사용자가 꼽은 100가지 질문과 금융·경제 전문가 27명의 답변으로 풀었어요. 성수동에 카페 팝업을 열었고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부스를 세웠고요. 금융 앱 회사가 464쪽 책을 낸다는 건 로고 박은 에코백과는 결이 달라요. 편집부가 필요한 진짜 콘텐츠 제작이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같은 축에서 나왔어요.

토스는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 구직단념청년 지원 프로그램 참여 청년과 금융취약계층 교육 대상자에게 700권을 먼저 전달했고, 판매 수익금은 전부 금융소외층을 위해 쓰기로 했어요. 평등하게 금융생활을 하려면 지식이 평등해야 하고, 지식이 평등하려면 그 지식에 먼저 닿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논리예요.

업종으로 답하면 여러 개지만, 축으로 답하면 하나예요.

이쯤 되면 질문이 생겨요. 토스는 금융 앱 회사인가요,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가요, 출판사인가요, 팝업 기획자인가요.

접점표면에 드러난 얼굴꿰여 있는 축
앱 화면일상어, 한 화면 한 결정편리하게
3D 로고각도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형태누구나
광고전문가 대신 보통 사람의 고민누구나
머니그라피음악·소비를 재무제표로 읽는 콘텐츠평등하게
더 머니북·팝업464쪽 안내서와 오프라인 공간평등하게

업종으로 답하면 그 전부예요. 그런데 축으로 답하면 하나죠. 누구나 편리하고 평등하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회사. 앱도 유튜브도 책도 팝업도 그 한 문장이 각각의 매체를 만나 갈라져 나온 형태예요. 사업이 늘어난 게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자리가 늘어난 거예요.

앱에서는 쉬운 단어, 로고에서는 유동적인 각도, 유튜브에서는 음악 인터뷰, 책에서는 464쪽의 안내서, 오프라인에서는 성수동 팝업. 이 다섯은 서로 하나도 닮지 않았어요. 서로 맞춘 적이 없으니까요.

대신 다섯 개 전부가 같은 한 문장에 꿰여 있어요. 다른 얼굴인데 같은 브랜드가 되는 건 이렇게 가능해져요. 그래서 토스는 매체를 넓힐수록 흐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명해져요.

Outro. 다른 얼굴로 같은 브랜드가 되는 법

브랜드 일관성을 지탱하는 건 반복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라는 중심이에요.

일관성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원래 뜻으로 돌려놓자는 이야기죠. 서로 닮았는지를 묻는 대신, 같은 축에 꿰여 있는지를 묻는 것. 그 질문으로 바꾸면 브랜드 일관성은 오히려 더 단단해져요. 무엇을 왜 지켜야 하는지 알고 지키게 되니까요.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전략이라는 중심이에요.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약속하는지가 선명할 때 BI와 BX는 맥락에 맞게 자유롭게 변주되어도 흩어지지 않아요. 반대로 BS가 불분명하면 BI와 BX를 아무리 일관되게 맞춰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요.

디블러가 브랜드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이 브랜드의 BS는 무엇인가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예쁜 로고 한 장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로고가 어떤 중심에서 나왔고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변주될지를 함께 설계하는 일. 대표님의 브랜드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명해지도록 돕는 일이에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지금 같은 얼굴만 반복하고 있나요, 아니면 다른 얼굴로도 같은 브랜드가 되는 중심을 갖고 계신가요. 이 질문에서 브랜딩은 다시 시작돼요.

FAQ

Q. 브랜드 일관성을 지키려면 로고와 컬러를 절대 바꾸면 안 되나요?

대부분의 접점에서는 고정하는 편이 맞아요. 반복은 여전히 인식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거든요. 다만 무엇을 왜 지키는지 아는 상태라면, 매체의 성격에 따라 특정 자리를 여는 선택도 가능해요. 중요한 건 고정할 자리와 열어둘 자리를 미리 구분해두는 것이에요.

Q. 브랜드 전략(BS)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새로운 접점에서 결정이 필요할 때 팀원 여러 명이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이 톤이 우리다운지 아닌지를 담당자마다 다르게 답한다면, 기준이 문서로만 존재하고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요.

Q. 작은 브랜드도 BS부터 세워야 하나요?

규모보다는 접점의 수와 확장 계획에 따라 달라져요. 접점이 한두 개고 당분간 늘릴 계획이 없다면 실행부터 시작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다만 채널을 늘릴 예정이라면, 확장 이전에 중심을 정리해두는 편이 나중에 되돌리는 비용보다 적게 드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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