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컨셉, 설명할 수 있나요?

Date
26.07.22
Keyword
많이 쓰이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브랜딩 용어

브랜드 컨셉은 회의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지만, 정작 그 뜻은 사람마다 다르게 떠올린다.

컨셉이라는 말, 다들 익숙하실 거예요. 워낙 자주 쓰이는 단어죠. 그래서 대부분은 이미 잘 안다고 여겨요. 그런데 "컨셉이 뭐예요?"라고 누가 물으면, 이상하게도 말문이 턱 막히곤 합니다.

조금 생각해보면 묘한 일이에요. 매일같이 입에 올리는 말인데, 떠올리는 그림은 저마다 다르거든요. 어떤 사람은 로고와 색을, 어떤 사람은 슬로건을, 또 어떤 사람은 타깃 고객을 떠올려요. 같은 단어를 말하면서 사실은 각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오늘은 브랜드 컨셉을 정리해보려 해요. 컨셉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컨셉이 아닌지. 이 세 가지가 손에 잡히면, 누가 물어와도 막힘없이 답하실 수 있을 거예요.

Chapter 1. 무엇이 브랜드 컨셉인가

브랜드 컨셉 뜻은 '하나의 새로운 관점으로 전체를 꿰어, 없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준으로 삼을 만한 책이 하나 있어요. 《컨셉 수업》이에요. 저자 호소다 다카히로는 광고회사 TBWA\HAKUHODO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10년간 2,000명 넘는 실무자에게 컨셉 만드는 법을 가르친 내용을 이 책에 담았어요. 컨셉을 감(感)이 아니라 정의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오늘 이야기와 결이 잘 맞죠. 이 책 1장을 따라가 볼게요.

책이 내리는 정의는 이래요.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문장만 보면 아직 잘 안 잡히죠. 그래서 '전체를 관통한다'와 '새로운 관점'으로 나눠 볼게요.

먼저 '전체를 관통한다' 는 쪽이에요. 1967년, 비틀스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를 발표해요. 그래미 4개 부문 수상, 전 세계 3,200만 장 판매, 2003년 롤링스톤 '역대 최고의 앨범 500' 1위에 오른 앨범이죠. 이 앨범엔 늘 붙는 수식어가 있어요.

'록 사상 최초의 컨셉 앨범.'

무엇이 이 앨범을 컨셉 앨범으로 만들었을까요. 좋은 곡을 많이 모아서가 아니에요. 비틀스는 여기서 자신들이 아니라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라는 가상의 밴드를 연기했어요. 그 설정 하나가 나머지 전부를 정했죠.

표지는 그 밴드의 기념사진처럼 꾸몄고, 곡과 곡 사이엔 관객 함성을 넣어 실제 공연처럼 이었고, 트랙 간격을 없앴고, 당시로선 유례없이 가사를 인쇄해 넣었어요. 곡을 모은 게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앨범 전체를 꿴 거예요. 브랜드도 똑같아요. 관점 하나가 서면 제품에도, 공간에도, 고객을 대하는 말투에도 같은 결이 흘러요.

다음은 '새로운 관점' 이에요. 2007년 샌프란시스코, 브라이언 체스키는 월세 낼 돈이 없었어요. 마침 도시에 큰 디자인 행사가 열려 호텔이 동났고, 그는 집에 있던 에어베드 세 개를 빌려주기로 하죠. 사이트 이름은 그대로 AirBedandBreakfast.com이었고요. 그런데 그는 한 가지를 더 했어요. 찾아온 세 사람을 방에만 두지 않고, 현지인이 가는 카페에 데려가고 밤엔 함께 술을 마셨거든요. 낯선 타인이던 세 사람은 떠날 땐 완전히 친구가 되어 있었어요.

여기서 그는 자기 사업이 파는 게 무엇인지 깨달아요. 잠자리가 아니었어요. 여행하는(traveling) 것도, 어딘가로 가는(going) 것도, 묵는(staying) 것도 아닌 — 소속되는(belonging) 것. 그렇게 나온 컨셉이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Belong Anywhere)"이에요. 2014년 에어비앤비는 이 컨셉에 맞춰 브랜드를 다시 발표해요. 새 로고엔 'Belo'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과 장소와 사랑이 만나는 뜻을 담았고, 현지인이 안내하는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였죠. 중요한 건 이거예요. 에어비앤비는 없던 서비스를 발명한 게 아니에요. 남는 방을 빌려주는 일은 전에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행위에 '숙박이 아니라 소속'이라는 새 의미를 붙인 거예요.

두 이야기를 겹치면 브랜드 컨셉이 또렷해져요. 비틀스는 하나의 관점으로 앨범 전체를 꿰었고,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을 빌려주는 일에 '소속'이라는 의미를 얹었어요. 앞이 '전체를 관통한다', 뒤가 '새로운 관점'이었죠. 그래서 컨셉은 하나의 새로운 관점으로 전체를 꿰어, 없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럼 그 '새로운 관점'은 어디에 뿌리를 둬야 할까요. 책은 '존재하는 의미'라고 답해요. 무엇을 파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요. 사람은 무엇을 사는지보다 왜 사는지를 먼저 알고 싶어 하니까요. 브랜드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세우는지 더 깊이 보고 싶다면 브랜드 철학을 가져야 하는 이유 를 함께 읽어보셔도 좋아요. 다만 컨셉은 그 답을 찾은 데서 끝나지 않아요. 진짜 일은 그다음부터 시작되거든요.

Chapter 2. 브랜드 컨셉은 무슨 일을 하나

컨셉은 판단의 기준이 되고, 결정이 쌓여 브랜드 일관성을 만들고, 고객에게 값을 치를 이유를 준다.

컨셉이 정해지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컨셉 수업》은 세 가지를 말해요. 판단 기준이 되고, 일관성을 만들고, 값을 치를 이유가 된다는 것. 컨셉이 이렇게 브랜드의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과정은 단 3가지 질문으로 완성되는 브랜드 전략 과도 맞닿아 있어요.

첫째, 판단 기준이 됩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바리스타와 손님이 인사하고, 커피를 사이에 두고 대화가 오가는 문화요. 그런데 "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미국에 들여오자"만으로는 매장을 열 수 없었어요. 미국 고객이 왜 거기 가야 하는지가 빠졌으니까요. 그래서 슐츠는 질문을 옮겨요. "왜 세상에 스타벅스가 필요한가?" 그 답을 사회학에서 찾았죠. 집(제1의 장소)에도 직장(제2의 장소)에도 속하지 않은 채 편히 머물 수 있는 곳,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요.

이 문장이 서자 결정들이 풀려나와요. 매장은 스트레스 높은 곳에 낸다, 넓은 공간을 꿈속의 거실처럼 만든다, 접객은 허물없지도 데면데면하지도 않게 한다, 소리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음량으로 한다, 향은 커피 향으로만 채우려 흡연을 엄격히 금한다. 그리고 여섯 번째가 가격이에요.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과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 결정들이 취향으로 내려지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에요. 좌석이 편한 건 디자이너 취향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곳이어야 해서였고, 담배를 금한 건 건강 캠페인이 아니라 커피 향을 지키려는 거였죠. 컨셉이 있으면 회의가 짧아지는 이유가 이거예요. "이게 우리 컨셉에 맞나?" 한 문장으로 정리되니까요.

둘째, 일관성을 만듭니다. 같은 잣대로 내린 결정이 쌓이면 브랜드 일관성이 생겨요. 반대로 그 잣대가 없으면 로고는 디자이너 취향으로, 콘텐츠는 그 주의 트렌드로, 신제품은 시장 분위기로 정해지죠. 하나하나는 나쁘지 않은데 모으면 한 브랜드로 안 보여요. "뭔가 따로 노는 느낌이에요"라는 말이 여기서 나와요. 진짜 힘은 여기 있어요.

결정하는 사람이 바뀌어도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담당자가 퇴사해도, 외주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매장이 백 개로 늘어도 기준이 문장으로 남아 있으면 브랜드는 같은 얼굴을 지켜요. 반대로 그 문장이 대표님 머릿속에만 있으면, 브랜드는 대표님이 직접 챙긴 데까지만 브랜드예요. 자주 쓰시는 '브랜드다움'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오고요.

셋째, 값을 치를 이유가 됩니다. 마케팅에서 오래 인용되는 문장이 있어요. 경영학자 시어도어 레빗의 말이죠. "소비자는 4분의 1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4분의 1인치 구멍을 원한다." 드릴을 사는 사람이 진짜 원한 건 벽에 뚫린 구멍이에요. 값을 치른 대상은 물건이지만, 값을 치른 이유는 그 물건이 만들어주는 결과인 거죠. 컨셉이 바로 그 이유를 만들어요.

의류 브랜드 에버레인의 컨셉은 '급진적 투명성'이에요. 제품마다 원가 구조를 공개하죠. 원단·봉제·운송에 얼마가 들었고 그래서 판매가가 얼마인지를요. 고객은 옷만 사는 게 아니라 '숨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함께 사는 거예요. Chapter 1에서 말한 '존재하는 의미'가 여기서 값으로 돌아와요.

컨셉이 하는 일무엇이 달라지나사례
판단 기준"우리 컨셉에 맞나?" 한 문장으로 결정이 정리된다스타벅스 '제3의 장소'
일관성담당자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같은 얼굴을 유지한다'브랜드다움'의 근거
값을 치를 이유고객이 결과와 태도에 값을 치른다에버레인 '급진적 투명성'

판단의 기준이 되고, 전체에 일관성을 주고, 값을 치를 이유가 된다. 《컨셉 수업》이 컨셉을 '가치의 설계도'라 부르는 이유예요. 건물을 올리기 전에 도면이 있어야 하듯, 브랜드도 만들기 전에 이 한 문장이 있어야 하니까요.

Chapter 3. 무엇이 브랜드 컨셉이 아닌가

컨셉은 실체를 만들어내는 말이고, 아이디어·선전 문구·테마는 그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컨셉이 하는 일을 알고 나면 반대쪽도 보여요. 실무에서 컨셉이라 부르는 것들 상당수는 사실 다른 거거든요. 책은 세 가지를 구분하는데, 방금 본 스타벅스 하나로 셋을 다 볼 수 있어요.

아이디어. 슐츠가 처음 품은 "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미국에 들여오자"가 여기예요. 훌륭한 출발점이지만 여기서 멈추면 아이디어죠.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되지만, 고객이 그 매장에 가야 할 이유는 아직 없어요. 컨셉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말로 표현한 거예요.

선전 문구. 만약 스타벅스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커피를 드립니다"라고만 했다면 어땠을까요. 듣기엔 좋아요. 그런데 이 말로는 좌석의 편안함도, 음악 볼륨도, 흡연 여부도 정해지지 않아요. 매장마다 다른 모습이 됐겠죠. 선전 문구는 이미 있는 사실을 매력적으로 전하는 말이고, 컨셉은 그 사실 자체를 만들어내는 말이에요. 순서가 반대인 거죠.

테마. 스타벅스의 주제를 하나 꼽으면 '도시 사람들의 휴식'쯤 될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타벅스만의 것은 아니에요. 같은 주제를 다루는 브랜드가 수백 개니까요. 테마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가리키고, 컨셉은 그 과제에 대한 우리만의 답을 가리켜요. '제3의 장소'가 그 답이고요.

구분무엇을 가리키나스타벅스 예시
아이디어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미국에"
선전 문구이미 있는 사실을 매력적으로 전하는 말"세상에서 가장 좋은 커피"
테마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도시 사람들의 휴식'
컨셉그 과제에 대한 우리만의 답'제3의 장소'

이 셋을 알면 바로 써먹을 수 있어요. 대표님들께 브랜드 컨셉을 여쭤보면 이런 답이 자주 돌아오거든요. "저희는 프리미엄하고, 고급스럽고, 합리적인 가격의 건강식이에요." '프리미엄·고급·합리적인 가격'은 우리를 매력적으로 전하는 말, 즉 선전 문구예요. '건강식'은 우리가 뛰어든 영역, 테마고요. 이 문장엔 실체를 만들어내는 말이 없어요. 게다가 같은 문장을 쓸 수 있는 브랜드가 수백 개라, '새로운 관점'이라는 조건도 통과하지 못하죠. 이제 왜 컨셉이 아닌지 설명하실 수 있으시겠죠.

Outro. 대표님의 브랜드 컨셉은 무엇인가요?

브랜드 컨셉은 밖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내는 일에 가깝다.

오늘 정리한 걸 한 문단으로 모으면 이래요. 컨셉은 전체를 하나로 꿰는 새로운 관점이고, 그 중심엔 '존재하는 의미'가 놓여야 해요. 관점이 서면 판단 기준이 생기고, 결정이 쌓여 일관성이 만들어지고, 고객에겐 값을 치를 이유가 생겨요. 선전 문구도, 아이디어도, 테마도 그 일을 대신하진 못하고요.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누가 "컨셉이 뭐예요?"라고 물어도 답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마 다음 질문이 남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브랜드의 컨셉은 무엇인가.

아는 것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다만 오늘 정리한 게 그 출발점은 돼요. 컨셉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적어도 지금 쥐고 있는 문장이 컨셉인지 아닌지는 가려낼 수 있으니까요. 이 출발점에서 실제 브랜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토탈 브랜딩 5단계 프로세스 를 참고해보셔도 좋아요.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그 답은 밖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에요. 슐츠는 없던 개념을 발명한 게 아니라 이미 있던 말에서 자기 사업의 이유를 발견했어요. 컨셉은 만들어내는 것보다 찾아내는 것에 가까워요. 이 글을 읽으신 대표님이라면, 이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의 브랜드 컨셉은 무엇인가?

자주 묻는 질문 (FAQ)

Q. 브랜드 컨셉과 슬로건은 어떻게 다른가요?

슬로건은 이미 있는 브랜드의 매력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말이고, 컨셉은 그 매력의 실체 자체를 만들어내는 말이에요. 순서로 보면 컨셉이 먼저 서고, 그 위에서 슬로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Q. 작은 브랜드도 브랜드 컨셉이 꼭 필요한가요?

규모와 무관하게,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브랜드일수록 컨셉의 도움을 받는 편이에요. 판단 기준이 문장으로 남아 있으면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다만 완성도보다는 방향을 잡는 출발점으로 접근하시는 걸 권해요.

Q. 브랜드 컨셉은 어떻게 찾나요?

'무엇을 파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개념을 발명하기보다, 이미 하고 있는 일 안에서 그 이유를 발견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브랜드마다 상황이 달라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진 않으니, 전문가와 함께 정리해보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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